단독 2000년12월30일 설악산 공룡능선 겨울산행

(날씨 : 비교적 맑음)

산행 시간표

한계령 02:10
안부 03:25-35
끝청 05:15
소청갈림길 05:40
희운각 06:35-50 (아침)
신선대 07:40-8:10 (사진촬영)
1275봉 09:30-45
마등령 11:25-35
비선대 13:20
매표소 14:00

(총 11시간50분)

이번 산행은 계획된 단독산행은 아니었다. 더구나 한 겨울에 공룡능선을 혼자서 사람도 없는 토요일에 넘다니 ..... 아무튼 토요산악회를 따라 버스를 탔을 때 모두들 한계령-대청봉-천불동 코스만 간다고 하면서 새벽2시에 한계령을 출발한다는 것이었다. 새벽6시에는 대청봉에 도달하여 8시경 일출을 보려면 2시간을 중청산장에서 기다렸다가 올라가야 될 판이었다. 그러느니 차라리 공룡을 혼자서라도 넘자고 결심했다. 일전에 같이 공룡능선을 함께 넘었던 산악회 가이드는 그다지 위험하지는 않지만 힘이 많이 들 것이라고 만류를 한다. 하지만 천화대와 범봉이 잘보이는 신선대에서 아침 햇살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멋있을까? 마침내 산악회 가이드는 오후2시까지 도착할 것을 당부하면서 일단은 혼자서 앞서서 나가라고 권했다.

아마 열흘전쯤에 눈이 왔을 것이다. 일주일전 점봉산에서 많은 신설을 밟았었으니까. 한계령에서 소청 갈림길까지는 소위 러셀이 잘 되어있어 봄 가을과 같은 편안함이 느껴지는 산길이 었다. 물론 밤에 부는 찬바람은 매서웠지만. 희운각까지도 그다지 좋은 눈길은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쉽게 갈 수 있었다. 다른 계절과 달리 희운각에서 아무런 인기척이 없고 시냇물도 꽁꽁 얼어붙어 마당의 식탁에 앉아 차거운 비상식을 먹을 수 밖에 없었다. 공룡길에 들어서니 처음에 발자국이 꽤 있었다. 적어도 몇명은 수일전 게 다녀간 길이었다. 전망대 바위에서 Noblex Pro(파노라마 카메라)로 2롤을 다 찍어버렸을 때 그제서야 아름다운 아침 햇살이 비추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디지탈 카메라로 10분 정도 더 촬영을 하고 1275봉을 향해 떠났다. 간식을 하고 1275 봉을 떠나 마등령을 향하니 점점 발자국이 적어지더니 급기야 없어지고 말았다. 바람에 파묻힌 것일까? 갈수록 미끄러워지고 위험해지기까지 하는 상황이었다. 돌과 나무뿌리를 움켜잡고 간신히 간신히 나아가고 있을 지음 내쪽으로 오는 3명의 청년들이 있었다. 그들이 공룡능선에서 만난 처음이자 마지막의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조금 전의 약간 위험했던 지점의 상황을 알려주고 마등령으로 향했다. 한 언덕에서 문득 마등령쪽을 쳐다보니 나무가지 사이로 안부는 물론 비선대로 내려가는 길이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선명하게 새하얀 줄처럼 드러나 보이고 있었다.

혼자서 걸어가는 한겨울 한밤의 서북주능, 그리고 희미한 발자국을 따르다가 가끔은 순백의 눈위를 헤치고 지나갔던 공룡능선, 마등령에서 내려 오는 길에서 본 직벽의 천화대 산군들의 신비한 풍경..... 이번에 나는 이제껏 다녀온 설악산 산행 중에서 최고의 희열을 맛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