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곡폭포, 실폭 빙벽 초보등반 일지


가. 토벽 등반 - 2001.12.9

권교장이 빙벽 등반에 앞서 토벽 등반이란 것을 해보자고 했다. 그게 무엇을 하자는 소릴까? 더 쉽다는 소리도 들리고 .... 아무튼 따라 나섰다. 토벽 등반이란 빙벽 장비 - 피켈과 크램폰을 써서 토석이 섞인 경사면을 오르는 등반 행위이다. 경기도 화성군 소재 토목공사 현장에서 토벽 등반을 했다. 힘은 암벽등반보다 좀 더 드는 것 같았다. 돌과 먼지가 날리고 온몸이 더러워졌지만 등반 행위 자체의 즐거움은 있었다. 다음의 빙벽 등반은 훨씬 힘들고 무섭게 느껴진다고 겁을 많이 주었다.

나. 빙벽 등반

1) 2001.12.16 (첫째 주)

강원도 철원군 소재 권등의 빙벽훈련 장소에는 아직은 이른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폭포가 얼어 있었다. 그 장소를 말하는 것은 권등내에서는 천기누설이 된다. 얼마 후에 쓴 첫날의 소감이다. ‘소풍가는 기분으로 드디어 처음보는 빙폭앞에 섰습니다. 아니 이거 90도가 넘잖아? 얼음의 강도 문제로 톱로핑으로 1주차 교육을 한단다. 권기열 교장의 시범동작을 보면은 얼음위에서 춤추듯이 하는데.... 경진이도 떨어지고 유시영 선배도 떨어지고 .... 13기 고문관 김관석의 마음에는 먹구름이 몰려왔다. 아니 김강학씨는 잘 올라가잖아? 다음 다음 줄줄이 경진이 유시영 선배도 다시 다오르고 드디어 내 순서가 됐다. 얼음에 가까이 가보니 아무것도 안보이고 온통 비슷비슷하게 생긴 얼음 덩어리만 보였다. 올라가다 펌핑이 나서 대롱대롱 매달려있는데 오르가즘을 몇번 느끼셨습니까?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세번이요! 이유모를 대답을 하고서는 젖먹던 힘을 다해서 이리저리 용을 쓰고 올랐다. 그리고 나서는 거의 탈진한 상태로 내려와 비틀거렸다. 아! 이것이 빙벽인가? 그리고는 점심후에 다른 사람들은 한번씩 다시 올랐다. 점점 불길한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는데 용서 없던 권교장의 특별 지시로 유시영 선배과 나는 그것으로 면제되었다. 진짜 더 하고픈 생각이 없었다. 그날밤 새벽3시에 잠이 깨었다. 그것은 주먹이 너무 아파서였다.’

2) 2001.12.23 (둘째 주)

두려움과 기다림 속에 다시 2주차 집합장소인 아차산역으로 정시에 도착하였다. 이번에는 김강학씨가 스타렉스를 몰고 쌩하고 도착을 했다. 조금있다가 조그만 어린이가 점잖은 학교선생님처럼 생기신 아빠와 왔다. 큰 딸 일영이와 동갑인 포항의 초등학교 4학년이란다. 그리하여 다시 천기누설하면 안된다는 권등만의 빙장으로 갔다. 권교장은 어제 가래비폭포에서 혼자 얼음 등반을 했더니 개운하다 하면서 오늘은 약간 쉬워보이는 가운데로 스크루를 박으면서 올라갔다. 그리고는 우리의 김강학부터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찌어찌해서 나도 올라갔다. 그리고 소영이도 사방에서 코치하는 스태프와 응원하는 팀의 성원에 보답하듯이 무사히 내려왔다. 난생처음 하강을 해보는 소영이 끝내 아무런 비명소리도 없이 눈물도 없이 내려오고는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40대 후반인 나의 입지는 너무너무 좁아져간다. 한살 위인 바위꾼 유시영 선배는 점점 제 페이스를 찾아가고 세계최연소(?)라 추정되는 소영이는 재미있다고만 한다. 호랑이 권교장의 두번씩 이라는 구호에 맞추어 한번만 다시 올라갔다 내려와 가쁜 숨을 내려 쉬는데 지난 주와는 다르게 한번 더를 강하게 외쳤다. 정말 악으로 올라갔다 내려온 것이다. 드디어 나는 해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마지막이 결코 아니었다..... 그 사이에 권교장 먼저번 오버행코스를 선등하여 올라가다가 중간에 고드름 근처에서 소리쳤다. 여러분들 여기를 보세요! 런너줄 두개를 달라시던 선생님은 고드름사이로 런너줄을 돌려서 확보지점을 만드는 묘기를 보였다. 그리고는 바위에 올라가서는 세계 최초 창안하셨다는 토벽등반의 자세로 이끼를 찍고 올라갔다. 멋있었다! 그런데 .... 다른 사람들을 차례로 시키더니 나에게도 그 악몽의 오버행 믹스등반 코스를 오르라고 지시하였다. 오르다가 중간에 펌핑이나 대롱대롱 매달렸다 다시 내려와 숨을 몰아쉬고 있는 나에게 다시 올라가세요!!! 라는 고함소리가 들렸다. 오르다가 계속되는 펌핑과 소영이 다음가는 팀의 코치단 응원단의 목소리와 함께 호랑이 권교장의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김선생님이 올라갔다오지 않으면 모두들 점심밥 못 먹습니다. 아! 내가 가루가 되어도 저 분들을 굶길 수야 있겠는가? 나중에 맨위 암벽부분에 붙었을 때는 바일은 들기는 했는데 찍을 수가 없었다. 정말 괴로웠다. 지금 생각하면 그 순간이 가장 행복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무사히 내려왔다. 그 후 이미 어두워져서 배낭을 각자 꾸리다가말고 갑자기 자일을 사리고 싶어졌다. 그래서 김강학씨에게 어떤 자일이냐고 묻고는 당기기 시작했다.. 어? 왜 자일이 안내려오지? 그거는 끝매듭을 안 푼 상태로 자일을 당겼기 때문이었다.. 너무 어두웠던 이유도 있었지만 대단한 실수였다. 그래서 그후 권교장은 헤드랜턴을 끼고 가슴조리며 쳐다보는 우리를 아래로 하고 야간빙벽등반 소위 야빙을 솔로로 해야 했고 그 후로 나 때문에 야빙을 일주일 먼저 할 수 있었다고 농담을 건넸다. 권교장의 야빙의 모습은 음산해서 귀신나올 것 같은 야밤 얼음위에서의 한판 춤이였다. 다름 사람들을 점심도 늦게 먹게 하더니 인제는 교장선생님을 솔로 야빙까지 시킨 나였다. 아! 오늘은 웬지.....

3) 2001.12.29 - 30 (셋째 주) - 가래비폭포 등반 : 전장 20m, 경사 70-90도

첫날인 12월29일 오후에 가래비빙폭에서 등반을 하였다. 2/3쯤 올라갔다. 내려오니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난 올라갔다 내려오면 항상 기분이 좋다. 그날 밤에는 신철원의 권등 교육장 빙폭에서 새벽 4시경까지 야간빙벽등반 소위 야빙이 있었다. 엄청난 추위를 맛보았다. 헤드랜턴을 켜고 올라갈 때 낮과는 달리 앞사람의 피켈 자국이 거의 보이지 않고 얼음이 훨씬 더 딱딱해서 바일을 찍기가 힘들었다. 밤에 오르는 얼음폭포는 몽롱한 느낌마져도 주었다. 다음날 오후에도 등반을 계속했고 나는 오버행 코스위 믹스 등반에서 완전히 지쳐 버렸다.

4) 2002.1.5 (넷째 주) - 구곡폭포 등반 : 전장 60m, 경사 80-90도 (약 30m)

드디어 구곡폭포 등반의 날이다. 와! 진짜 높다. 구곡폭포를 과연 내가 오를 수 있을까?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오르다 보니 역시 지쳤다. 그래서 가만히 서있었다. 옆루트로 오르던 사람이 소리쳤다. 피켈을 더 크게 휘둘러요. 드디어 위에 올랐다. 나는 드디어 해낸 것이다. 권교장도 축하해 주었다. 오늘 술 사야합니다!

5) 2002.1.12 - 13 (다섯째 주)

두 번째의 야빙을 했다. 좀 덜 추웠고 덜 어려웠다. 그러나 주간에는 어김 없이 오버행 코스와 믹스등반에서 헤멨다. 그래도 매일하는 맨손 운동 덕분에 근력이 좀 늘었는지.... 박소영 어린이도 잘 해낸다. 침착하게 자기 발을 보고 크램폰을 잘 찬다. 확보물 설치하는 연습을 했다. 못 할 것 같더니 스크루 2개를 박고 잘 내려왔다.

6) 2002.1.19 (여섯째 주) - 실폭 야간 등반 : 전장 50m, 경사 70-80도 (약 40m)

야간에 남설악의 실폭등반을 했다. 야! 나도 잘 해낼 수 있구나. 대학부 학생들이 연습하는 것을 보니 힘이 솟았다. 젊기는 하지만 여학생들이 완전히 헤메고 있었으니까. 밤에 올라가면서 보니까 그다지 오히려 난이도가 약해 보였다. 맞아 비밀의 교육장 오버행처럼 힘든 데가 또 있나?

7) 2002.1.26 - 27 (일곱째 주)

선등 연습을 한단다. 선등하다가 떨어지면 크게 다친다. 그러나 2차 스크루를 박으면 자일에 매달리게 된다. 새벽에야 잠자리에 들은 탓인지 몸이 많이 무겁다. 속도 안 좋아 빙장에서 또 화장실에 다녀왔다. 2주 전보다 컨디션이 많이 못하다. 그러나 선등은 등반의 절정이니 시도해 보자. 내 나이와 내 체격에 선등을 해도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났지만 드디어 내가 해야만 하는 운명의 순간은 왔다. 1차 스크루를 박고 오르다가 추락을 했다. 대롱대롱 매달리니 그런대로 안전했다. 힘은 더 빠졌다. 그러고 내려오니 호랑이 권교장이 다시 한번 외친다. 출발! 출발! 하고 오른다. 두 번째 스크루를 박고 힘이 다 빠졌다. 더 못 가겠는 데요!!! 소리쳤지만 더 해보라는 소리만 들린다. 에잇! 팔을 바꿔보자. 팔을 바꾸어 해보는데 펌핑난 손이 쑥 빠졌다. 악! 내려간다. 쾅!!! 하고 얼음바닥에 앉은 자세로 엉덩이가 바닥에 부딪혔다가 약간 솟는 기분으로 쭉 뻗어 누워버렸다. 아이구 허리야 사람들이 주위로 몰려들었다. 무엇인가를 받혀주고 덮어 주는 것 같았다. 조금 있다가 일어나 앉았다. 숨 쉬기가 불편했다. 조영율씨와 황경진 유종근 세사람의 부축으로 산장으로 간신히 간신히 내려왔다. 이 때는 몸의 허리뼈가 부러진 줄을 모르고 꼬리뼈와 등어리의 타박상인 줄만 알았다. 그 다음부터 일어난 일은 생략 ..... 빙벽 등반 7번째만의 대형 사고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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